산행일시 : 2015년 10월 31일(토) 03:23 ~ 12:56 (9시간 30분)
산행경로 : (설악동~비선대~)마등령~1279봉~황철봉~미시령(9.5km( + 6.0km))
산행인원 : 산들바람, 봄이
차량지원 : 산유화
구간기록:
03:23 - 설악동 출발, 산행 시작
04:00 - 비선대
06:23 - 마등령삼거리 도착!
06:30 - 마등령 삼거리 출발, 대간구간 시작!
06:42 - 마등봉
08:21 - 1279봉
09:12 - 저항령
10:03 - 황철남봉
10:20 - 황철봉
11:08 - 황철북봉
12:17 - 울산바위 갈림길
12:56 - 미시령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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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마지막 산행기이다. 사실 백두대간 이어걷기는 지난 10월 17일로 끝을 냈고, 또 그에 대한 후기도 이미 작성해 올려서 끝을 내었다. 그러나 채 걷지 못했던 마등령~미시령 구간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남아 있어, 나나 봄이나 하루 빨리 마저 걷고자 조바심을 내던 차에 시월의 마지막 날에 결국 마무리짓게 되었다.
결국 이 땜빵 산행기가 내가 백두대간 란에 작성하는 마지막 글이 되었다(백두대간 산행후기는 아직 해영 총무의 대간 졸업(미시령~진부령) 후기가 남아 있고, 또한 봄이의 밀린 후기도 두어 편 더 올라올 예정이지만 말이다).
사실 지나 온 과정을 돌아보고, 그간 함께 산행에 참여하거나 지원을 해 주었던 친구들과의 추억도 떠올릴 겸 총정리 글로 마무리 하려 했으나 그건 봄이 님이 꼭 남기고 싶다고 해서 산행기록만 정리해서 넘겨주었다. 과연 어떤 소회를 풀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03시 23분 - 설악동 매표소 출발, 산행시작! 우여곡절 끝에 전날(30일) 밤 설악동 민박촌에서 일박 후 소공원 매표소 앞에 섰다.
나와 봄이를 내려놓은 산유화 님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들고는 다시 민박촌으로 떠났다.
산유화 님은 해영 총무의 대간 마지막 구간 산행에 가이드로 함께 하기로 되어 있다. 그들은 조금 더 잠을 잔 후에 이른 아침부터 미시령에서 산행을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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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0 - 비선대! 소공원에서 비선대 까지의 약 2.5km 구간은 차도에 가까운 평지 길이다.
새벽부터 공룡능선을 타려는 산객들 틈에 끼어서 말없이 걸었다. 40 여분 만에 비선대에 도착, 행장을 수습하고 마등령까지의 가파른 경사길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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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감기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봄이가 시작부터 머리가 아프다고 괴로워 한다.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찬 공기 탓일까? 나도 전 날 저녁부터 컨디션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기분까지도 우울하던 차에 정 힘들면 다음에 다시 와도 되니 포기해도 된다고 슬며시 권해 보았다. 그러나 봄이는 말없이 급경사 오르막을 계속 오를 뿐이다.
나도 묵묵히 뒤따라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05시 24분 - 마등령 삼거리 중간 지점! 그렇게 한시간 이십 분을 걸어서 비선대에서 마등령 삼거리까지의 딱 중간 지점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 딱 중간이 아니라 중간을 조금 넘긴 지점이다. 흐, 또 거짓말장이가 될 뻔 했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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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 23분 - 마등령 삼거리 에 도착했다. 오르는 길이 생각보다 많이 힘들었다. 여기서부터 지난 번 중도탈출로 포기했던 대간 구간을 다시 이어가야 한다.
영하의 날씨와 매서운 바람으로 손가락 끝이 떨어져 나갈 둣이 아파 온다. 그 때 포기하지 말고 끝내는 것이 좋았을 것이라는 때 늦은 후회감이 밀려 온다. 어쨌거나 지금은 황철봉 넘어 미시령까지의 9.5km를 걸어야만 한다. 복장과 함께 마음을 추스리고는 금줄을 넘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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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시 42분 - 마등봉! 삼거리에서 10 분 거리에 있는 마등봉에 올랐다. 온 몸은 덜덜 떨리지만 여명의 빛으로 밝아오는 주위 조망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아이폰으로 풍경을 담고자 했으나 이미 감각이 사라진 손가락으로는 셔터를 누르는 것조차 잘 되지 않는다. 일출을 기다리네 마네 할 것 없이 곧바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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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도 상의 1178봉을 지나면서 바람이 조금 잦아 들었다.
본격적인 일출이 시작되기 직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도중 적당한 곳에 서서 뜨는 해를 맞이하겠다는 마음은 감히 품질 못했다. 그저 부지런히 움직여 추위를 몰아내야겠다는 일념으로 계속 걸을 뿐. 어느덧 태양이 솟아 올랐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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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오른 쪽으로 저항령 계곡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아래가 토막골 이던가... 계곡 너머로는 달마봉과 울산바위가 햇살을 받아 빛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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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0 봉 밑의 안부에서 잠시 바람을 피해 쉬어가기로 했다.
능선 아래로 내려 서니 바람이 잔잔하고 햇살이 내리 쬐어 오히려 따뜻한 느낌마저 들었다. 이곳에서 물을 끓여 아침으로 컵라면이라도 먹을까 물어 보니 봄이는 고개를 흔든다. 도통 입맛이 없나 보다. 도리없이 깍아 온 감 두어 조각씩 삼키고는 다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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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해가 사방을 덮으면서 추위가 조금 사그라 들었다. 1250 봉을 지나면서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 지나 안산으로 이르는 서북 능선이 유장하다. 그 아래로 흐르는 가야동 계곡과 곰골 계곡의 부드러운 물길을 눈으로 따라가다가 고개를 들어 지나온 능선을 돌이켜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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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어야 할 앞 쪽을 바라보니 황철봉이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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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의 휘날리는 땀수건에 가린 바위가 아마 1279 봉일 것이다. 저 봉우리를 지나면 너덜바위를 타고 내려가 저항령에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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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21분 - 1279 봉! 사면을 돌아 날카로운 바위들이 요새처럼 버티고 있는 틈새를 넘어 저항령과 황철봉을 마주 보는 너덜바위 지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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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해 보이는 저항령 계곡 길! 그러나 저 속살이 얼마나 야무진 발톱을 숨기고 있는지는 걸어 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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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잠시 너덜바위를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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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12분 - 저항령 에 도착했다. 저항령 안부에는 마침 한 쌍의 산꾼 남녀가 야영을 끝내고 배낭을 꾸리고 있었다. 인사를 하니 지난 밤이 무척 추웠다며 진저리를 친다.
이들도 대간 종주 중인데 내일까지 계속 걸을 계획으로 왔다고 하는데, 오늘은 갈 수 있는데까지 걷다가 적당한 곳에서 하룻밤 더 야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기념사진을 한 장 찍어주고는 우리가 먼저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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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 오르는 길에 만난 유일한 밧줄 구간! 뭐 사실 밧줄이 없어도 그다지 불편함 없이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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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남봉)을 오르는 도중에 전망바위에서 뒤돌아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 온 길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참 많이도 걸어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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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아래에 조금 전에 내려온 너덜지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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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저리 조망을 즐기고 있는 사이, 어느 틈에 야영을 한 남녀 산꾼이 대형 배낭을 메고 추월을 한다.
걷는 품세를 보니 대단한 체력의 소유자들이구나. 전문 산악인의 냄새가 나는 산꾼들이다. 호승심으로 저런 산꾼들하고 경쟁한다고 섣불리 따라 붙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건 일도 아니다. 항상 자기 체력에 맞게 걸어야 한다.
예전에 청화산 걸을 때였던가, 나와 봄이와 바람이 객기를 부리다가 페이스를 잃어서 개고생한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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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은 크게 고만고만한 세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어서 각각 황철남봉, 황철봉, 황철북봉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일단 황철 남봉까지만 오르면 북봉까지는 편안한 길이라 이후 미시령까지 크게 힘든 구간은 없다. 다만 북봉에서의 긴 너덜바위지대가 다소 주의를 요할 뿐. 정상까지 너덜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황철남봉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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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20분 - 황철봉! 에 도착했다. 이내 남봉에서 사진을 찍느라 지체했던 남녀산꾼이 도착해서 서로 인증 사진을 찍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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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에서 북봉 가는 길은 마치 오솔길을 걷는 듯 고즈넉한 산길이다.
하루 이틀 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깔려 있어서 제법 눈길을 걷는 느낌이 났다. 눈이 온 이후로는 우리가 처음으로 지나는 산객이 되어 발자국을 남기는구나. 이 눈은 곧 녹아 사라질테지만 황철봉에서의 첫 눈 밟은 기억은 오래도록 마음 속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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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비가 올 때나 밤길을 걸을 때 방향을 알려주는 야광 표지등이 산길 중간 중간에 걸려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마크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일대를 금지구역으로 막아 놓고 갖은 방법으로 단속을 하면서도 걱정이 되기는 하나 보다. 하긴 아무리 길을 막아도 갈 사람은 어떻게든 가는 법이니 이 구역을 몰래 지나는 산꾼들을 단속을 하고 과태료를 물릴 땐 물리더라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하는 것이 녹을 먹는 자들의 임무요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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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8분 - 황철북봉! 이제 미시령까지의 하산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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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나온 길을 다시 더듬어 본다. 한 번은 멀리, 그리고 또 한 번은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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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북진하는 대간길의 방향을 가늠해 보았다. 청명한 날씨라 멀리 향로봉을 넘어 북녘의 땅 금강산이 다 보이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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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러하지만 봄이도 또한 감개무량한지 말을 잃고 지나온 능선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이제 황철북봉의 유명한 너덜지대만 통과하면 이내 미시령에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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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철봉 너덜바위의 시작이다. 몇 년만에 이 길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인지......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지리산이나 여타의 산에도 너덜바위 지대가 있지만 이 황철봉의 바위에 비하면 그야 말로 자갈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만큼 이곳의 바위들이 크고 거대하기 때문이겠다.
하체가 부실하거나 다리가 짧은 산객들은 바위를 끌어안고 넘어야 하는 일도 생기겠구나.
나나 봄이나 이런 너덜바위는 겅중겅중 뛰어서 건너느라 오히려 쉽게 지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은 중간 중간 눈이 살짝 깔려 있어서 행여나 미끄러질까 조심해서 지나느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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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을 어림잡아 내려가는데 오른 쪽으로 멀리 동해바다와 속초시내가 내려다 보였다.
그 앞을 막고 있는 울산바위가 수려한 위용을 자랑하듯 우뚝 솟았다.
이 풍광을 기억에서 지우고 싶지 않아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 안에 앉아있는 봄이도 풍경의 일부분이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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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너덜을 지나고 눈 쌓인 산길을 지나 울산바위로 가는 갈림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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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17분 - 울산바위 갈림길 에는 위험구간임을 알려주는 출입금지 표시가 걸려 있다.
그러나 산꾼들이 위험하다고 가고 싶은 길을 안가겠는가. 언제고 저 길을 따라서건 아니면 목우재를 통해서건 서봉에 올라 설악을 다시 한 번 조망하고 싶다.
설악을 자주 찾는 과누보고 한 번 계획을 잡아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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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시령 옛도로와 지금은 폐쇄된 휴게소 건물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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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휴게소 바로 앞 감시 카메라를 피해서 무사히 미시령 도로에 내려서는 것으로 땜빵 구간을 완성했다.
나나 봄이나 가시를 뺀 후련함에 악수로 산행을 종료했다.
12시 56분 - 미시령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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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땜빵까지 완전히 끝냈다. 산행 전의 우울했던 기분이 말끔히 사라졌다. 봄이의 감기기운도 개운하게 떨어져 나간 모양인지 표정이 밝다. 2년 6개월의 기간동안 즐거웠고, 감사했다. 봄이가 그간의 소회를 담아 기록을 남긴다 하니 지금의 감동을 그 때 다시 한 번 느껴볼 작정이다. 아울러 조만간 번개라도 쳐서 고마운 친구들에게 소주 한 잔 따라주어야겠다.
. 같은 날, 해영 총무도 미시령~진부령 구간을 완주함으로써 백두대간에 종료를 고했다.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우리는 비록 전 구간은 아니었지만 1년이 넘도록 산길을 함께 걸으며 고락을 나누었다.
아시다시피 해영 총무는 이미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 산꾼이라 마음만 먹으면 각지의 뛰어나고 좋은 산꾼들의 도움을 받아 대간길을 편히 걸을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단지 앞선 인연이라는 이유만으로 산행스타일에서부터 음식에 이르기까지 상극인데다, 고분고분 말을 잘 듣지도 않는 늙다리의 비위를 맞추면서 산행하느라 마음과 몸의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이제 대간을 무사히 마쳤으니 앞으로 즐겁고 편한 산행을 이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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