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기/북한산

만경대 일출(20170617)

산들바람0 2017. 6. 27. 15:02

산행일시 : 2017년 6월 17일(토) 03:30 ~ 07:40
산행경로 : 북한산성입구 ~ 백운봉 암문(위문) ~ 만경대 ~ 백운봉 암문 ~ 북한산성 입구

산행인원 : 혼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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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상반기 중에 한 번은 오산종주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차일피일하다가 반기가 다 끝나가는 6월 16(금) ~ 17(토) 로 날을 잡았다.

그런데 성당 행사에서 테이블을 나르다가 그만 허리를 삐끗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갈수록 통증이 심해져 온다.

그래도 무시하고 북한산도 다녀오고, 또 낙동정맥도 가고 그랬다(물론 낙동정맥은 동해안 여행으로 바뀌어 버렸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이 나한테는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종주하기로 한 날은 다가오는데 허리는 나을 줄을 모르고 점점 더 아파온다. 앉고 일어서는 간단한 동작에도 어구구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동안 산에 다닌 경험으로는 이런 정도는 산에 다녀오면 씻은듯이 사라진다. 가기 전 날 저녁까지 망설이다가 감행하기로 하고 배낭을 꾸렸다.


집에서 밤 9시 경 출발하기로 했는데, 잠시 시간이 남은 틈을 이용해 동네 형님, 동생들을 만났다.

의료기업을 하시는 형님께서 이리 저리 만져보고 눌러 보더니 이건 고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근육(뭐라고 했는데 명칭이 생각이 안난다ㅠㅠ)이 상당히 손상을 입은 거라고 겁을 주신다. 당신도 같은 경험을 했는데 한 달 동안 무리한 운동은 절대 금지라고 당장 병원에 가보라 하신다.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오산 종주 같은 건 꿈도 꾸지 말라면서 자꾸 소주를 따라 주는 바람에 한 잔 두 잔 마시다가 마음이 흐트러져 버렸다.

에이 내가 무슨 엄홍길도 아니고...... 새벽 두 시까지 부어라 마셔라 소주를 들이키고 당구도 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허리가 하나도 아프지 않은게 아닌가. 이게 웬 떡이냐. 당장 산으로 가자 하고는 배낭을 메고 택시를 탔다.

역으로 진행하기로 하고는 북한산성에서 원효암 갈림길까지 올라가는데 술이 살짝 깨면서 서서히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오늘 오산종주는 불가능하겠구나 하고 직감을 했다.


돌아서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술김에 호기롭게 나와서는 바로 꼬리를 말고 집으로 들어가는 꼴이 영 모양새가 안나온다.

에이 그래도 칼을 뺐는데 호박이라도 찔러야지. 만경대에 가서 근사한 일출사진이라도 찍고 하산하자 하고는 조금 걷다가 쉬고 하면서 만경대 테라스에 올라섰다.


만경대엔 이미 대여섯 명의 찍사들이 대포같은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치해 놓고 있었다.

일출시간은 얼추 맞춘 것 같은데 안개인지 개스인지가 사위를 뿌옇게 둘러싸고 있어서 붉은 태양은 보이질 않는다. 

그래도 이른 새벽에 만나는 인수봉, 백운대, 염초봉 등이 반갑다.

아이폰으로 잔뜩 찍어댔는데 보관할 만한 사진이 몇 장 되지 않아서 유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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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는 인수봉과 백운대.(물론 이건 상상으로만이다. 하늘이 깨끗했으면 진짜 황금색으로 빛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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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염초봉과 원효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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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릿지길! 용암봉이 제법 뾰죽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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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대충 이런 모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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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아오고 안개가 조금씩 걷히면서 사물이 점점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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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사진이라고 찍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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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백운대와 인수봉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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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하늘에 태양이 흐릿하게 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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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몽베르 친구들과 자주 올랐던 족두리 바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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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똑같은 길을 역순으로 엉금엉금 기다시피 내려와서는 바로 찜질방으로 직행, 하루종일 누워서 허리를 지졌다.


이 날 얻은 교훈은 "곁코 객기를 부리지 말자!" 이다. 특히 음주 후 객기에는 반드시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것도...

산행을 한 주 건너뛰었더니 허리가 조금 나아진 듯도 하다. 다음 주 낙동정맥 2구간 갈 때까지는 괜찮아지겠지.

그나저나 이번 주말은 무얼 하며 보내야 할까. 산행 대신에 해변이라도 거닐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