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기/낙남정맥

낙남정맥3차(2018.08.15)

산들바람0 2018. 8. 24. 12:26

산행일시 : 2018년 8월 15일 04시 00분 ~ 13시 15분 (9시간 15분)

산행경로 : 길마재~565.2봉(칠중대고지)~양이터재~방화고지~돌고지재~천왕봉(602m)~배토재 (-15.4km)

산행인원 : 산들바람, 봄이(2명)

교통 및 숙박 : 남부터미널<->하동( 버스), 하동->길마재, 배토재->하동(택시: 37,000+30,000)

                     (하동->길마재 37,000원은 심야할증요금. 하동택시: 010-4048-8008)


구간 기록 :

04:00 - 길마재 출발, 산행 시작

04:09 - 산불감시초소 만남

04:53 - 565.2봉(칠중대 고지)

05:41 - 양이터재(휴식35분)

06:30 - 642봉(휴식 10분)

07:34 - 방화고지

08:59 - 돌고지재(휴식 50분)

10:55 - 546봉(신백두대간 우듬지 분기점?)

11:24 - 천왕봉(휴식 50분)

13:15 - 배토재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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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남 3차 산행이다. 2차산행 이후 3주만에 발걸음을 하게 되었다.

원래는 전 주말(11일)에 걷기로 계획을 잡았으나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독립일(15일)로 연기를 했다.


이번에는 길마재에서 배토재까지 약 16km 정도만 걷기로 한다.

한여름 폭염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출발 이틀 전 중이염이 다 낫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음주를 하는 바람에

컨디션이 최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이명 소리가 마치 귀뚜라미가 귓속으로 파고 들어 자리를 잡은 것 같은 느낌이다. 

머리가 심하게 울리고 어지럼증이 일어 보고 대하는 모든 것이 다 짜증스럽다.  


어쨌든 가기로 했으니 가기는 가야지...

이번에도 동행은 봄이 뿐이다. 그래, 둘이라도 제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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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가 보내 준 산길 트랙! 나야 뭐 아날로그라 GPS에 익숙한 봄이가 트랙 지형도는 계속 담당하기로...

그런데 지도가 너무 흐리다. 최소한 글씨 읽을 수 있을 정도는 되야지. ㅠㅠ 다음에는 좀 더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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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어김없이 새벽 두 시에 하동 터미널에 도착했다.

지난 번에는 편의점에서 컵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바로 출발했는데, 이번에는 근처 야식집을 찾았다.

야식집이라야 딱 한 곳 뿐이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참치김치찌개를 시켜 먹는데 몸이 계속 좋지 않아서 소주를 한 병 마셨다.

몸에 알콜 기운이 돌면 좀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


식사 후, 기다리고 있던 택시를 타고 길마재에 도착하니 얼추 4시 경이다.

어둠 속에 표지기들이 날리고 길가의 통신 박스에 누군가 "길마재 400m" 라고 써 놓았다.

서둘러 행장을 수습하고 숲 속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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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 남짓 걸어서 야트마한 봉우리에 오르고 산불감시초소를 지난다.

아직 캄캄한 밤이지만 2차 때와는 다르게 산길 상태가 너무 좋아 진행에 어려움이 전혀 없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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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온 몸에서 땀이 솟고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일까. 잠깐 사이에 몸 속의 수분이 다 빠져나간 기분이다. 구토가 나는 것 같더니 어지러워 쓰러질 지경이다.

봄이는 어떤가 상태를 물으니 워낙 더운 날이라 땀이 많이 나기는 해도 발걸음은 상쾌하다고 한다. 이런 내가 문제로구나.ㅠㅠ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한 시간도 안되는 사이에 몇 번을 멈췄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565봉을 지난다. 옛날 빨치산 토벌대 중 7중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고 해서 '칠중대고지'라 불리는 봉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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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몸상태라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며 걸었을 산길을 몸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양이터재에 도착했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고개라 그런지 간이화장실과 쉽터 역할을 하는 벤치가 놓여 있다.

양이터제는 하동 옥종면의 궁항리와 횡천면의 평촌리를 이어주는 고개인데,

궁항마을 가는 방향에 양씨와 이씨의 마을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구한 말 동학농민전쟁 당시 양씨와 이씨가 난을 피해 들어와 살았던 곳이라고......


벤치에 쓰러져 40분 넘게 잠이 들었나 보다.

날은 이미 훤히 밝았고 봄이가 걱정인지 지루함인지 모를 표정으로 산행의 계속 여부를 묻는다.

어떡하긴, 다음에 여길 어찌 또 올까. 무조건 가야지.

뭐 천천히 쉬엄쉬엄 걷다 보면 해떨어지기 전에는 도착하겠지. 다행히 길이 너무 좋지 않은가...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산길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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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봄이가 서 있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남으로 내려간다.

고도계를 보니 좌측의 봉우리가 642봉인가 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닌 흔적이 보여 올라가 보았더니

조망을 즐길만한 한 줌의 공간 여유도 없고 길도 끊어져 더 이상 앞으로 진행할 수 없다.

혹시 이곳을 지나는 산꾼들은 괜한 헛수고 하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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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돌고지재까지는 방화고지(668봉)와 652봉 정도를 제외하면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평탄한 숲길이다.

아침 햇살이 숲을 비추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이라 태양이 충분히 달구어지지 않은데다 간간이 불어주는 산들바람이

땀을 계속 닦아주니 폭염 속 산행으로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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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돌아보니 지리산 천왕봉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여전히 지리산권에 속해 있음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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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숲길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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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또 어느 골 어느 능선인가...

내가 지리산 일대의 산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멀었구나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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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이터재를 출발한지 두 시간 무렵에 방화고지를 지난다.

지형도를 보니 이 봉우리 바로 앞에 665.8봉이 있는데 방화고지라 부르는 정확한 봉우리는 그곳이 아닐까 한다.

정맥길은 이 곳에서 좌로 꺽어져 내렸다가 곧바로 652봉을 지나 돌고지재까지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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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2봉을 지나면서 멀리 남해바다가 보였다.

힘은 들어도 조망은 죽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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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가 수시로 GPS를 확인하고 있다. 돌고지재가 멀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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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과 그 왼쪽으로 옥산이 보인다. 잠시 후면 돌고지재로 내려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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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지재 직전의 마지막 봉우리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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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편안한 나무숲길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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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이 찾지 않아 잡초 무성해진 묘소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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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 사진을 한 장 찍어 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번 구간이 마냥 쉬운 길만은 아니었구나.

무덥고 습한 날씨 탓인가 등로 상에 유독 거미줄이 많이 널려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더딘 진행을 더욱 더디게 한다.

이놈의 거미들이 우연인지, 자연의 이치인지 모드겠지만 딱 사람 얼굴 높이에 촘촘히 그물을 쳐 놓았다. 

끈끈한 거미줄과 그 거미줄에 걸려든 벌레들의 유해가 눈과 코, 입, 목 등을 가리지 않고 들러 붙는 것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그 때마다 짜증이 일어 "이놈의 거미줄을..." 하며 손으로, 스틱으로 사납게 걷어냈는데 나중에 생각하니,  

애써서 쳐놓은 거미줄을 한 순간에 잃은 거미의 입장을 고려하면 마냥 화만 낼 일이 아니다.

이거야말로 밤새 그물을 쳐놓은 어부가 풍어를 기대하고 아침에 나가보니 도둑놈이 그물째 걷어가 버린 꼴이 아닌가.

거미 입장에서는 하루 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니 오히려 우리가 미안해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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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돌고지재를 넘는 59번 국도로 통하는 도로를 만났다. 저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돌고지재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가능한 마루금을 고집해서 잡목 무성한 산길을 찾아 따라간다.

산꾼들이 드물게 찾는 곳이라 그런지 길 흔적이 점점 희미해지다가 결국에 잡목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봄이가 GPS를 보여 주며 그대로 따라가자고 하였지만 그대로 뚫고 가기가 난감해

대략의 방향만 잡고 가급적 진행이 쉬운 쪽으로 길을 만들며 내려가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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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금 오른 쪽 사면으로 치고 내려가니 좀 전의 도로를 만나고, 바로 앞으로 59번 국도와 돌고지재를 보았다.

돌고지내 지명에 대한 유래는 인터넷상에서 몇 가지가 떠돌고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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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지재에 도착헌 시간이 9시 무렵이다. 봄이가 GPS를 확인하더니 9.4km를 걸었다고 확인해 준다.

계속 진행하려면 저 시멘트 임도길을 따라서 올라야 한다.

마침 그늘 진 고개 마루에는 바람이 제법 세게 불어와 몸의 열기를 식혀준다.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시멘트 바닥에 누워 한참을 시체처럼 꼼짝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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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지재 시멘트 바닥에서 한 시간 여를 버텼다.

문득 눈을 떠서 봄이를 찾아서 보니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는다.

에효, 이렇게 좋은 산길을 놔두고 나같은 늙다리 때문에 꼼짝없이 한 시간 가까이 붙잡혀 있으니

산길 욕심 많은 봄이 표정이 좋을리가 있을까..ㅠㅠ

다행이 컨디션도 많이 회복된 듯 하여 부랴부랴 일어나니 봄이가 잽싸게 앞서서 걷는다.

더 이상 시간 낭비하기 싫다는 뚯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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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잠시 임도를 떠르다가 다시 숲으로 접어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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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10분도 되지 않아 다시 임도를 만난다. 아마 처음의 임도가 계속 연결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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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숲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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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도 상의 546봉에 거의 다와갈 무렵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지리 주능선을 보았다.

점심무렵무터 폭우가 예상된다는 예보와는 달리 하늘은 여진히 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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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봉이다. 나무들에 가려 조망은 없는 편이고 나뭇가지에 표지기들이 많이도 달려 있다.

방향으로 보면 천왕봉(지리산 천왕봉이 아니다)은 동쪽으로 직진이고, 남쪽으로 우틀하는 능선을 찾아 따라가면

멀리 남해 앞바다에까지 이른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신백두대간이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백두산에서 흘러온 마루금이 영신봉에서 낙남정맥길을 따라 이곳에서 꼬리를 틀어 남해 앞바다로 빠진다는 것이다. 

일부 선답자의 산행기에 마오는 신백두대간 우듬지 구간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546봉을 두고 하는 말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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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6봉을 지나자 곧 잣나무 조림지를 만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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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숲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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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임도를 만났다. 표지목을 보니 천왕봉까지 700m 남은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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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400미터를 남기고 계단으로 된 숲길을 오르면 정상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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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거운 다리를 끌고 낑낑대며 오르니 봄이가 환한 표정으로 맞아 준다.

천왕봉 정상에는 보기에도 시원한 정자가 세워져 있는데 정신이 없어서 미쳐 사진에 담지 못했구나.ㅜ.ㅜ

그저 부리나케 정자 그늘로 올라가 마루바닥에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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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풍경들은 정신을 차린 후 정자 안에서 찍은 사진들이다.

먼저 멀리 지리산의 천왕봉... 흐흐 천왕봉에서 천왕봉을 대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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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동의 진산인 옥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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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는 정자와 한 몸으로 천왕봉 망부석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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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남해 앞바다가 보였다. 저기 희미한 산이 사천의 와룡산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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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동의 금오산...  예전에 저기 정상 데크에서 산친구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가진 추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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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백운산 라인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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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 머리 위로 갑자기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오후에 폭우 예보가 있었는데 이제 비가 내리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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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보니 12시가 넘었다. 서둘러 하산하기로 결정하고 택시 기사님께 전화해서

1시 반에 배토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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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이 채 안돼 옥산 갈림길을 만났다.

원래 계획으로는 옥산에도 들리는 것이었는데 컨디션 관게로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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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은 꾸준한 내리막길이다. 뭐 한 두 군데 낮은 봉우리가 있지만 별로 힘들이지 않고 내려가는 길.

하산 전문인 봄이가 달리기 시작한다. 저거 따라가느라 죽는 줄 알았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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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봉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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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찍하고 편안한 내리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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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토재를 1km 남기고 만난 벤치에서 마지막으로 쉬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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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토재에 도착하니 택시가 미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기사님이 시원한 생수 두 통을 내어 주신다. 감사한 마음으로 단숨에 벌컥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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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읍내로 돌아와 목욕탕 냉탕에서 첨벙거리며 몸속의 열기를 완전히 몰아내었다.

지난 번에 들렀던 분식집(소풍분식)에서 봉지 장어탕에 맥주를 들이키고 나니

언제 아팠냐는 듯 온 몸이 날아갈 듯 상쾌해졌다. 역시 몸이 안좋을 땐 산행이 최고다.

 

다음 구간은 9월 1일에 걸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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