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기/한북정맥

9차(울대고개~솔고개)

산들바람0 2016. 12. 1. 09:46

산행일시 : 20161126() 08:00 ~ 15:05 (7시간 05)

산행장소 : 울대고개~사패산~도봉산~우이령~상장능선~솔고개 (13.6km)

산행인원 : 산들바람, 봄이(2)

교통 및 숙박 : 연신내~울대고개(승용차), 솔고개~울대고개(버스)

 

산행경로 :

08:00 - 울대고개 출발, 산행 시작

09:00 - 사패산 정상

09:55 - 산불감시초소(원도봉산)

10:33 - 자운봉

11:40 - 우이암

12:55 - 우이령

13:34 - 상장8봉 갈림길

14:17 - 상장3

15:05 - 솔고개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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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9차 산행기이다. 지난 11월 첫주말에 계획을 잡았으나 당일 새벽에 동행인 봄이가 갑자기 불참을 알려오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팀원이 딸랑 두 명 뿐이라... 한 두 명만 더 있었으면 참 좋을텐데) 

이래저래 올해 안에 남은구간을 다 끝내기로 한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그러나 해를 넘긴다 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처한 사정에 맞춰서 날을 잡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조만간 끝을 볼 수 있겠지.

 

이번 구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전혀 불편함이 없는 구간이다.

그러나 오후에 열리기로 되어 있는 대중집회에 참석해야 해서 시간단축을 위해 봄이의 승용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누구나 다 아는 이번 사태에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퇴진을 요구하는 것은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7시에 연신내에서 만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승용차를 타고는 산행들머리인 울대고개에 도착했다.

인근 공터에 주차를 한 후 산행차비를 하니 벌써 8시가 다 되었다. 서둘러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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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 울대고개 출발, 산행시작! 정상부에서는 도로를 확장하고 고가도로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이 교통량이 그리 많은 곳도 아니고 교차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고가도로까지 설치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설마 저 사패산 쪽을 개발(?)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부디 깊은 뜻이 있기를 ...

우리는 주차해 놓은 공터에서 도로를 건너 앞에 보이는 산길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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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까지의 초반은 낙엽으로 덮힌 비교적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이다. 나무들이 완전히 잎을 떨구었다. 가을이 떠나고 겨울이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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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만한 경사를 타고 500여 미터 올라와 만나는 조망처에서 잠깐의 휴식을 갖는다. 쌀쌀함을 넘어서는 추운 날씨이지만 몸에서 땀이 솟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북한산의 연봉과 우리가 걸어야 할 상장능선이 흐리게 보인다. 저 상장능선에서 떨어지는 곳이 오늘의 종착지인 솔고개이다. 북쪽으로는 지난 번에 걸었던 챌봉에서 울대고개까지의 경로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자켓을 벗어 배낭에 구겨 넣고는 본격적으로 사패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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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오른 쪽으로 사패산 정상의 바위군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3~40분이면 저곳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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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북한산 둘레길이 지나는 곳을 만났다. 나도 언제고 한 번은 둘레길을 걸어볼 것이다. 뭐 무릎에 힘이 다 빠지고 난 다음이 되겠지만. 지금은 그래도 거친 산길을 걷는 것이 더 좋구나. 금줄을 넘어 사패산으로 계속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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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바윗길을 만나면 사패산 정상에 가까워졌다는 증거다. 예전에 없던 쇠난간이 박혀져 있다. 산객들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겠지.

뭐 나중에 다시 뽑힐지언정 지금 당장은 오르는데 도움은 조금 되겠구나. 난간이 없어도 크게 위험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지자체나 공단에서는 산 속 안전장비를 설치할 때 꼭 필요한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집행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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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 주능선에 도착했다. 한북정맥은 왼쪽의 도봉산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사패산 정상은 찍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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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정각에 사패산! 에 도착했다. 바람이 시원하다. 순식간에 땀이 다 들어갔다. 봄이가 담아온 따뜻한 물을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흐린 날씨이지만 도봉산에서 북한산까지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조망된다. 정상에는 예전에 없던 정상석도 생겼다.

때마침 올라온 산꾼이 있어 부탁해 정상석을 끼고 인증 사진을 찍고는 다시 도봉산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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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산에서 도봉산에 이르는 주능선길은 워낙 많은 산객들의 발길 덕분에 맨흙이 다 드러났다.

서울 인근에 있는 모든 산의 주능선길이 거의 다 이런 상태라 보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기 때문이다.  

형무형으로 사람이 산에서 얻어가는 것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겠지. 여기서 산과 사람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우리가 수시로 산을 찾고 또 산에서 큰 위안과 또 다른 무엇을 얻어가는 만큼, 산과 자연을 덜 훼손하고 보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산도 숨을 쉬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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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28분 - 회룡사 갈림길 을 지났다. 오산종주를 할 때, 수락산에서 동막골로 내려왔다가 사패산으로 붙을 때 대부분 이곳으로 올라온다.

이곳에서 사패산 정상까지는 1.2km, 왕복으로는 2.4km이다. 정상에 다녀오고자 하는 산꾼은 이곳에 배낭을 벗어두고 갔다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사패산 정상은 건너뛰고 그냥 도봉산으로 진행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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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준비하고 있는 송추계곡이 한가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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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사 갈림길을 지나 원도봉산으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전망봉! 얼핏 보기에는 오르는 길이 없는 듯 하지만 숨어 있는 길을 찾아 오르면 기가 막힌 조망을 대할 수 있는 봉우리이다. 정상에 7~8명이 넉넉히 둘러 앉을 수 있는 공터도 있어서 더운 여름 날 점심을 해먹고 오수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이곳까지 오르려면 적잖은 땀을 흘려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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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55분 - 산불감시초소! 에 도착. 사패산과 도봉산의 경계를 이루는 봉우리로 이곳을 원도봉산으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뒤로는 지나온 사패산 능선이, 그리고 앞으로는 지나야 할 도봉산의 주능선이 펼쳐져 있다. 왼쪽으로는 의정부 시내에서 수락산, 불암산까지 조망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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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바윗길이 포대능선이다. 저 포대능선을 지나고 Y-계곡을 넘으면 도봉산 정상부에 도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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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능선에서 y-계곡으로 가는 중간에 우회로가 있다. 밑에 샘터(민초샘)가 있는 지점이다. 공단에서 친절하게 우회를 권하는 표지판을 세워 놓았다. 대부분의 산객들은 무시하고 그냥 능선으로 직행하지만 우리는 공단의 권유대로 우회 탐방로를 따라 사면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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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얼음이 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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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시 33분 - 도봉산 자운봉! 아니 정확히 말하면 자운봉 바로 밑에 도착했다. 도봉의 주봉우리인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이 우람하다. 예전에는 릿지꾼들도 자운봉에 무시로 오르곤 했는데 지금은 장비를 갖추지 못하면 오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대신에 바로 옆의 신선봉(아래 두 번째 사진)이 일반 산객들이 오를 수 있는 정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도 릿지 길은 봉쇄하고 철저히 난간을 잡고서만 오르도록 허락하고 있다.

우리는 그 옆의 작은 봉우리에 앉아서 조망만 즐기고는 다시 정맥길을 따라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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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02분 - 오봉 갈림길!  이제 우이암까지 1.2km 남았다. 우이암 직전에 우이령을 통해 북한산으로 이어지는 지능선을 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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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중에 오른 편으로 오봉의 다섯 봉우리가 보이고 앞으로는 우이암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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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 오르기 직전에 뒤돌아 본 도봉산의 주능선. 이제 도봉산과 작별하고 북한산 경계로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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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40분 - 우이암!  소귀를 닮았다 하여 우이암이란 이름이 붙은 바위이다. 여인이 치마를 뒤집어쓰고 서 있는 모양이라 하여 치마바위라 불리기도 한다.

끔 암벽훈련 하는 바위꾼들을 볼 수 있는데 바람 군도 저 바위에 올랐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지금은 겨울로 들어서는 시기라 안될 것이고 내년 봄에는 그 모습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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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이암에서 십여 분 조망들 즐기다가 지능선을 찾아 들어갔다. 잠시 착각을 하는 바람에 이십여 분 알바를 했다. 익숙한 산이라 방심하고 지형도를 챙겨오지 않은 탓이다. 아무리 잘 아는 길이라도 매사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함을 새삼 느꼈다. 더구나 점점 총기가 떨어져 가는 나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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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을 왔다갔다 한 끝에 제 능선을 찾아 진행하는데 본격적으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첫 눈이다. 우이암 지능선에서 우이령까지는 편안한 오솔길이다. 낙엽에 눈이 내려 쌓이기 시작하니 조금씩 미끄러운 산길이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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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55분 - 우이령! 에 도착하니 한 떼의 산객들이 형형색색의 우산을 쓰고 우이령길을 넘고 있다. 올 겨울 들어 맞는 첫눈에 모두들 들떠 보인다.

우리는 혹시 그 중에 공단원이라도 있을까 염려되어 서둘러 금줄을 넘어 상장능선으로 붙는 길을 찾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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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있다. 길에 눈이 쌓이면서 오름길이 힘들어졌다. 종아리 근육에 힘이 바짝 들어간다. 사위는 안개로 가득한데 소리없이 흰 눈이 내리는 산 중이 고요하다. 묵묵히 힘주어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발자욱에 눌리는 낙엽소리만이 희미하게 산속에 퍼진다.

바로 뒤를 돌아보면 봄이가 뒤따라 오고 있었지만 나는 그저 홀로 걷고 있을 뿐, 이럴 땐 동행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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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4분 - 상장능선 주능선에 올랐다. 지척에 8봉이 있는 지점이다. 이제 7봉에서 1봉까지 산책길과도 같은 부드러운 능선을 걸어간 후 가파르게 하산하면 솔고개에 도달할 것이다. 종착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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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의 90퍼센트는 내내 이런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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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분 걸어서 6봉과 도봉산이 잘 보이는 조멍처에 닿았다. 도봉산 쪽은 안개에 싸여 자취를 감추었고, 6봉이 흐릿하게 눈발 사이로 모습을 보여주었다. 봄이가 갈 생각을 않고 6봉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저 6봉에서 몽베르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기억이 많다.

그러고 보니 노란 옷을 입고 온 삼순이 사진을 찍어 준 적이 있구나. 삼순이는 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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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봉을 지나면서 눈이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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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바위를 힘들게 올라 3봉에 도착해 잠깐의 휴식을 가졌다. 뿌연 안개 속에 잠겨 있을 영봉과 인수봉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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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2봉을 지나고 1봉을 지나 본격적인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시간을 보니 14시 30분이다. 대략 30분 후면 오늘의 산행이 끝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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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내려와 감시초소를 만났다. 여기에 공단원이 상주한다는데...

뭐 똥이 무서워서 피하랴 하는 마음으로 초소를 두고 멀리 빙 돌아서 둘레길을 만나고 이내 산속을 벗어나 마을에 들어섰다.

안걸리고 무사히 통과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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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05분  - 솔고개 정류소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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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북정맥은 짧게 끊어서 걸으면 네 구간, 길~게 걸으면 두 구간 남았다. 양력으로는 이미 글렀지만 잘 하면 음력으로 계산해서 올해 안에 마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 정맥 산행은 따로 날짜를 잡지 않고 주말 산행 공지가 없는 토요일을 잡아서 가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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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밤 광화문 일대에 촛불이 또 모였다. 지난 번 집회 때보다 더 많은 촛불들이 모였다고 한다.

바람불면 꺼질 촛불이 불면 불수록 더 번져가는 들불로 번해버렸다. 근혜 공주는 궁궐 속에서 어떤 심정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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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는 군중 틈에 섞여서 삼청동 근처까지 갔다가 인사동으로 빠져나왔다.

내가 이십대를 다 보냈던 종로 뒷골목의 피맛골 한 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는 막걸리 집을 찾아 들어갔다. 여전히 싼 막걸리에 이면수 구이도 변함이 없었고, 와글와글 몰려든 취객들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옛추억에 젖어 몇 잔을 마시고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가 알아 보고 반색을 하신다.

크 내가 30년 단골이 맞긴 맞구나. 비록 이제는 몇 년에 한 번씩 들리는 처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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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에 젖은 김에 추억의 노래 한 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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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부터 한가하다. 오늘은 돌아가는 일이 시원치 않을 모양이다. 그러니 근무시간에 산행후기나 쓰고 앉았겠지.

가만히 보니 지리산 산방기간이 12월 15일 까지다. 내친 김에 16일(금) 산청행 심야버스를 덜컥 예매해 버렸다. 몇 장 더 예매할까 하다가 미리부터 오버하는 것 같아서 한 장만 끊었다.

혹시 이 날에 지리산 동부 쪽을 함께 산행하고픈 친구가 있으면 남부터미널에서 산청 행 심야버스를 예매하고 연락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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