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기/백두대간

대간 13차-1(버리미기재~이화령)

산들바람0 2016. 12. 6. 11:05

산행일시 : 2014년 7월 5일~6일

산행구간 : 버리미기재~장성봉~막장봉 갈림길~악휘봉삼거리~악희봉~삼거리~은티재~구왕봉~지름티재~희양산~성터~은티마을

             (1일차-구간거리 13.35km, 접속거리 2km)

             은티마을~성터~배너미평전~이만봉~곰틀봉~사다리재~백화산~황학산~조봉~이화령

             (2일차-구간거리 16km, 접속거리 2km) ((구간 총 거리 29.35km, 접속 4km))

산행인원 : 산들바람, 바람, 봄이

산행지원 : 토마시, 핫쵸코

교통 및 숙박 : 서울~문경, 이화령~서울 : 승용차(봄이)

                  4일밤-문경온천 찜질방, 5일밤-은티마을 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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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대간산행을 위해 차량이동부터 음식, 숙박까지 완벽하게 지원해준 "토마시, 핫쵸코" 두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

그러고 보니 백두대간을 걸으면서 많은 분들의 지원이 있었다.

1년 전 첫 출발에는 지금은 대간팀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봄이가 동행을 해 주었고, 산사람, 삼순이는 연하천에서 기다려 점심을 해결해 주었으며, 산유화 님이 노고단으로 마중나와 일행을 서울까지 태워 주었다,

또한 해영 총무는 지리산을 오고 가는 길에 먼 길을 돌아 산행 들머리 날머리까지 데려다 주었으며, 심우석, 산유화 님, 우주, 범골, 초오 등 많은 친구들이 고비마다 동행해 주었다.

 

이 길이 끝날 때까지 또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실로 어찌 다 표현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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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차: 7월 5일>

 

전날 밤 늦게 문경온천의 찜질방으로 내려와 잠시 눈을 붙인 후 산행출발점인 버리미기재로 이동, 감시초소 옆에 주차시켜놓고 산행을 시작한다.

차는 함께 내려온 '토마시, 핫쵸코'가 아침에 회수해 이화령으로 이동해 비박터를 구축해놓고 기다릴 것이다. 도중에 사정이 생겨서 이화령까지 가지 못하고 은티마을 쪽으로 하산하는 바람에 다시 마을 임도까지 찾아와야 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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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 40분 산행 시작! 버리미기재~이화령 구간은 30여km에 달하는 긴 거리에다가 오르내림이 심한 바위구간이 많아 제법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함께 내려와 아직 찜질방에서 자고 있는 지원조인 토마시.핫쵸코한테 저녁 7시까지는 도착할 거라 문자를 넣어 놓고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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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인데도 날이 무덥고 습하다. 몇발자국 가지 않아서 등에서 뜨거운 땀이 솟아오른다. 어쩔 수 없이 쉬엄쉬엄 걸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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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날이 밝았다. 대기 중에 가득찬 습기 때문에 사위가 분간이 안돼 좋은 조망은 기대 난망. 이른 새벽인데도 바람 한 점 없는 가파른 산길을 오르노라니 숨이 턱턱 막힌다. 과연 예정한 시간 내에 탈없이 도착할 수 있을까?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라도 보통 처음에는 의욕이 넘치는데 이번에는 어쩐지 힘부터 빠지는 느낌이니 하루 종일 고단한 걸음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래도 대간길 연봉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기운이 그나마 위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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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7분 장성봉 도착! 1시간 20분 걸렸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아침 대용으로 간단하게 샌드위치 한 조각씩 먹고 있는데, 버리미기재 방향에서 산꾼 한 분이 올라온다. 거의 매주 대간길을 걷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구간은 거리가 짧아서 편하게 걷는다고 하니 이게 무슨...

우리는 무사히 마칠 것을 걱정하는데, 기가 팍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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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40분 막장봉 갈림길 도착! 막장봉은 사진 왼쪽으로 가야 하고, 우리는 출입금지 팻말 뒤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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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조망이 보이는 쉴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무조건 쉬어가기로 한다. 이 장소에서 포도 한 팩과 물 한 통을 다 먹었다. 조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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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태풍에 쓰러진 듯... 산길을 걷는 동안 크고 작은 나무들이 뿌리채 뽑혀서 길을  막고 있는 광경을 자주 목격한다. 지금은 몸을 굽혀 밑으로 통과하지만, 곧 우회통로가 생겨날 것이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인적없는 산길도 이렇게 해서 새로 생겨나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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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시작 3시간 30분 째!  피곤함과 허기가 밀려와 아침식사를 하고 가기로 한다. 찬밥과 상추쌈 만으로도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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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악휘봉 삼거리까지는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편안한 길. 각시풀이라고 하던가, 그늘사초가 넓게 깔려있는 길도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이번 구간은 사초군락지가 폭넓게 분포하고 있는 듯 하다. 발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 사초 덕분에 잠시 더위와 고단함을 잊고 걸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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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 10분, 악휘봉 삼거리 도착! 대간길은 여기에서 동쪽으로 꺽어져 이어진다. 경로에서 살짝 비껴 앉은 악휘봉의 조망이 좋다는 얘기를 들은지라 배낭을 놓고 다녀오자고 했더니 들은 척도 안하는구나. 하는 수 없이 혼자 다녀오기로......

악휘봉 정상에 서니 곧 가야 할 구왕봉과 희양산이 뿌연 안갯속에서도 뚜렷이 보인다.

맑은 날에 다시 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삼거리로 돌아오는데, 과연 내가 이 봉우리를 다시 찾을 날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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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 바로 밑 절벽 위에 서 있는 선바위. 아, 이곳에서 하룻밤 유하며 일출과 일몰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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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휘봉 삼거리로 돌아왔다. 바람은 한쪽 바위에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고, 봄이는 떨어진 나무 둥치에 앉아서 쉬고 있다. 이제 낮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서 급경사를 내려가면 은티재에 도착할 것이고, 이번 구간의 백미에 해당하는 구왕봉과 희양산을 넘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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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8분 은티재 도착! 버리미기재에서 6시간 걸려 도착했다. 예정보다 두 시간 정도 늦은 시간. 지금쯤 이화령에서 야영 준비를 끝내놓고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는 지원조에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카톡을 날리고는 구왕봉 오르막을 올라간다.

아래 사진은 은티재에서 마을(은티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길... 몸은 구왕봉으로 가고 있는데, 저 길에서 눈이 안떨어지니, 아무래도 오늘 산행이 힘들긴 힘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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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봉암사 구역에 들어섰음을 알려주는 출입금지 간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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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정돈이 잘 된 묘지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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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봉 오름길 이후 처음 만나는 본격적인 오름막이 무척 가파르고 힘들다. 여기에서 땀을 또 한 말이나 쏟아낸다. 여전히 바람은 간 데 없고......

뒤를 돌아보니 봄이의 표정이 썩 좋지 않다.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안색이 창백한 것이 꼭 더위먹은 사람의 그것이다. 결국 구왕봉 바로 못미쳐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자리를 폈는데, 밥보다는 휴식이 더 급했는지 아예 드러누웠다.  

대략 한 시간 정도 지났나 보다. 두 분을 깨워서 점심을 먹고 나니 한 시가 넘었다.

얼추 시간을 계산해봐도 이화령에 도착하려면 밤 열시는 넘겨야 할 것 같아 오늘은 희양산까지만 가고 적당한 곳에서 은티마을로 하산하기로 합의를 본 후, 지원조에게 은티마을로 픽업을 부탁하고 구왕봉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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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36분 구왕봉 도착!!! 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컨디션이 회복돼서일까, 아니면 조금만 더 걷고 하산하기로 해서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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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왕봉에서 건너다 본 희양산. . 문화유적답사가로 글재주가 뛰어난 유홍준이 북한산 백운대와 마이산을 합쳐놓은 것 같다고 했던가...

백두대간의 단전이라 불리는 산답게, 통바위가 우뚝 솟은 기상이 범상치 않다.

저 아래쪽으로는 우리나라 불교 정신의 정수라고 일컬어지는 수도도량인 봉암사가 면벽수행하는 모습으로 앉아 있어서 유명해진 산이다. 초파일 외에는 그 누구의 출입도 허락치 않아, 유홍준씨도 답사팀을 이끌고 갔다가 쫒겨나는 바람에 그 불친절함으로 두고두고 악평을 들었다고 하던데. 하긴 이곳 스님들에게는 미술사적 가치나 이런 것보다 불심의 수행이 우선이었을테니.......

 

아무튼 이번 구간의 백미는 희양산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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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왕봉을 가파르게 내려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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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11분 지름티재 도착! 저 목책을 따라 내려가면 봉암사가 나온다. 사진 오른 쪽에 망루를 세워놓고 출입을 통제하며 묵언수행하는 스님이 있었는데, 방해하지 않으려고 사진엔 담지 않았다. 이제 희양산만 오르면 오늘의 고생은 끝나고, 토마시와 핫쵸코가 시원한 맥주와 수박을 들고 기다리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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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 사량발천근(四兩撥千斤-넉냥의 힘으로 천근을 다룬다)이란 말은 바로 이를 두고 이르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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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양산 오르막에서 뒤돌아본 구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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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티재에서 희양산 정상부 갈림길까지는 거의 직벽 수준으로 내내 밧줄을 잡고 올라야 했다. 지난 번 대야산 직벽구간은 하산이어서 힘은 덜들었는데 이건 체중을 끌고 올라야 하는 터라 온 몸에 힘이 들어간다. 땀은 비오듯 흐르고, 갈증은 심해지는데 가져온 식수는 이미 다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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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에 올라서서 오른 쪽 정상까지는 5분 정도 거리의 평지길이다. 대간은 왼쪽길로 나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정상에 다녀오기로 하고 우틀!!!

갑자기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뿌옇긴 하지만 저멀리 속리산도 보이고,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이 아스라히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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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구왕봉을 한 번 더 쳐다보고는 다시 갈림길로 돌아와 대간길을 이어간다.

마침 갈림길에 은티마을에서 올라온 창원산악회원들이 몰려 있어서 봄이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식수를 조금 얻어왔다. 타는 혀에 몇 방울씩 떨어뜨리는 격이었지만 충분히 갈증해소가 되고도 남았다.

이제 성터 갈림길에서 은티마을로 내려가면 오늘은 일정은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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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45분 성터갈림길 도착!!! 버리미기재에서 이곳까지 13.35km를 걸었다. 내일 다시 이곳으로 올라와 이화령까지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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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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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남짓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계곡이 끝나는 곳에서 토마시가 얼음물을 잔뜩 들고 서서 웃으며 반겨준다. 어찌나 반갑던지..^^

마침 괜찮은 웅덩이가 있어서 옷을 벗어던지고 뛰어들었다. 더위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몸을 씻고 산길을 조금 내려가서 비박터에 도착하니 핫쵸코가 시원한 수박을 쪼개 건네준다. 비박터는 정말 기가 막힌 곳에 잡아놓았다. 모기장까지 쳐놓고..^^

이후, 바람과 봄이, 그리고 나 셋은 가만히 앉아서 된장국에서부터 고기와 고등어까지 차려주는 음식과 술을 받아 먹고는 그대로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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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컨디션이 별로인 봄이는 고기 몇 점 먹는둥 마는둥하고 열시간 넘게 잠만 잤다. 바람은,... 초반에 잠깐 자는가 싶더니 어느새 부활해서

남은 술병을 마저 비우고 다시 사망했다. 다음 날, 봄이는 쌩쌩하게 날아다니고, 바람은 한동안 비실비실 기어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