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일기/한북정맥

4차(강씨봉~노채고개)

산들바람0 2016. 12. 1. 09:25

산행일시 : 2016년 8월 20일09:20 ~ 18:10 (5시간 46분+3시간 04분)

산행장소 : (불땅계곡~도성고개~)강씨봉~오뚜기령~귀목봉갈림길~청계산~길마재~길마봉~노채고개(10.68km(+4km))

산행인원 : 산들바람, 봄이(2명)

교통 및 숙박 : 신촌~노채고개, 노채고개~일산(승용차(봄이)), 노채고개~불땅계곡(택시:15,000)

 

산행경로:

09:20 - 불땅계곡 출발

10:50 - 도성고개(20분 휴식)

11:44 - 강씨봉

13:25 - 오뚜기령

14:03 - 귀목봉 갈림길(명지지맥 갈림길)

15:16 - 청계산

16:13 - 길마재

16:40 - 길마봉

17:30 - 청계저수지

18:10 - 노채고개(청계약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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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정맥 네 번 째 산행이다. 지난 번 3차 산행 시 강씨봉을 조금 지난 지점에서 중도 탈출을 했었다. 그 때 못마친 구간을 이번에 걷는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3차산행이라고 해야 할까...  당시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하산시 급경사로 인해 무척 힘들었었다. 그래서 이번엔 연곡리의 불땅계곡에서 도성고개로 올라 강씨봉까지 다시 걸은 후, 구간을 제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접근 거리가 좀 길긴 하지만  된비알로 인한 개고생을 겪고 싶지 않았다. 

 

아침 일찍 신촌에서 만나 봄이의 승용차로 날머리인 노채고개의 청계약수터에 도착했다. 이곳에 차를 주차한 후  택시를 불러 산행 들머리인 불땅계곡으로 이동해 산행을 시작하기로 한다. 기사 님께서 최대한 차로 갈 수 있는 지점까지 태워다 주셔서 걷는 거리를 조금 줄였다.

 

산행 들머리에 위치한 휴양소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건물 왼 편의 계곡을 따라 길이 나 있다. 시계를 보니 9시 20분이다. 지금껏 대간이나 정맥 산행 중에 가장 늦은 시간에 출발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 도성고개를 향해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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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옆으로 계곡물소리가 제법 힘차게 들리는 것이 수량이 꽤 되는가 보다. 편안한 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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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장과의 갈림길이 나오고 본격적인 산길로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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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땅계곡에서 도성고개까지의 산길은 계곡 좌우로 난 길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아니어서 간간이 잡목과 잡풀들로 뒤덮힌 터널을 뚫고 지나야 한다. 초반에 잠시 길을 잃고 헤매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바람은 한 점 없이 고요한데 태양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잠시 후 능선길을 걸을 생각을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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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50분 - 도성고개!  온 몸이 땀으로 푹 젖은 채 도성고개에 올라섰다. 몸 속에 있는 수분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쥐어짠 듯한 느낌이다. 열기를 피하고자 하는 마음에 주위 조망을 살필 겨를도 없이 강씨봉 휴양림 쪽의 그늘로 찾아들었다. 물 한통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봄이가 물이 부족할 것 같다고 걱정을 한다.

아직 제 구간을 시작도 하기 전인데...... 하긴 이런 날엔 물이 많이 먹힐텐데 나도 걱정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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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분 넘게 휴식을 취한 후 도성고개를 떠난다. 도성고개~강씨봉의 1.5km 구간은 지난 산행에서 이미 걸었던 터라 이번에는 계산에 넣지 않기로 했다. 그러니까 불땅계곡에서 강씨봉까지가 접속구간이 되는 셈이다. 길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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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성고개에서 귀목봉 갈림길 까지는 그늘을 기대할 수 없는 방화선 길이다. 염천의 뙤약볕을 온전히 다 받아가며 걸어야 한다. 방화선은 더 이상 그 기능을 다하지 않으려는 듯 잡목과 가시덤불을 가득 품고 있어서 지나가는 산꾼의 팔과 다리에 무수히 많은 상채기를 남긴다. 다행히 봄이는 긴바지에 팔토시를 하고 있어서 무더위 외에는 별 피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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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44분 - 강씨봉!! 도성고개에서 백호봉을 지나 30분 만에 강씨봉에 도착해 조망을 본다. 정면으로 우뚝 솟은 귀목봉과 그 오른 쪽으로 삼거리 갈림길이 뚜렷이 보인다.  이제 길은 오른쪽으로 휘어져 내려가 오뚜기령에 이르렀다가 다시 솟구쳐 갈림길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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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군 이동면이 내려다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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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돌아보면 국망봉에서 민둥산을 거쳐 도성고개에 이르는 지나온 길이 훤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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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에 우리가 탈출했던 곳에 도착했다. 다시 이곳에 올 일은 없겠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절대 이 능선으로 탈출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든 이 길을 지나는 산꾼은 개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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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앞의 작은 봉우리 하나를 넘어가면 오뚜기령이다. 이 근처에서 모처럼 벤치가 있는 나무그늘을 만나 점심을 먹었다. 점심이라야 맨밥에 상추쌈이 전부이다. 평소같으면 이 정도면 정말 꿀맛이었을텐데 더위를 먹었는지 목에서 잘 넘어가질 않는다.

마침 그곳에서 휴식 중이던 산꾼 커플이 불쌍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그들은 오뚜기령에서 임도를 따라 강씨봉 휴양림으로 하산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맥산행만 아니라면 그들을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가 계곡에 뛰어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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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양이지만 그래도 탄수화물을 뱃속에 집어넣고 잠깐의 휴식을 취하니 컨디션이 살아나는 것 같다. 어떻게든 오늘 중으로 노채고개까지는 끝내는 것으로 하고 오뚜기령을 향해 내려갔다.  오른 편으로 멀리 일동시내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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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령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조망을 즐긴다. 귀목봉이 뾰죽하다. 봄이의 머리 위에 있는 작고 둥근 봉우리가 귀목봉(명지지맥)과 청계산(한북정맥)의 갈림길 삼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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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행 중에 유일하게 찍은 꽃 "마타리". 물론 이 녀석 외에도 무수히 많은 산꽃, 들꽃들을 만났다. 얼핏 떠오르는 애들만 꼽아보면 원추리, 개망초, 개미취, 마타리, 참나물꽃, 참취, 분취꽃, 긴산꼬리풀, 집신나물, 여로, 둥근이질풀,  ... 그리고... 아, 더 이상 생각이 안나는구나. 점점 총기가 사라지고 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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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시 25분 - 오뚜기령 !!!  앞선 산꾼 커플은 오른 쪽 임도를 따라 휴양림으로 내려갔을 것이다. 우리는 오뚜기 부대에서 세운 표지석을 지나 귀목봉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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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목봉 삼거리로 향하는 방화선길. 반팔에 반바지를 착용한 나는 계속 '악 악' 소리를 내며 저 덤불 속을 헤치고 지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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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시 03분 - 귀목봉 삼거리(명지지맥 갈림길)! 에 도착해 한숨을 내쉬었다. 끔찍한 방화선과는 이곳에서 작별이다. 이제부터 청계산까지는 고도차이가 별로 없는 산길이다. 게다가 울창한 나무숲이 햇볕을 막아주고 있어 걷는 것이 한결 수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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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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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산에서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능선을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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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직전의 나무계단을 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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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지나온 능선을 한 번 더 뒤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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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시 16분 - 청계산에 도착! 했다. 나뭇가지 사이로 이번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인 길마봉이 보이고, 그 뒤로 다음 구간의 운악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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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에서 인증샷을 찍은 후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니 한 떼의 산객들이 모여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우리도 적당한 장소를 찾아 휴식을 취하며 사과를 깍아 먹었다. 봄이가 슬그머니 캔맥주 하나를 꺼내 놓는다. 대간 때에도 끝까지 맥주를 지고 와서는 하산이 임박한 봉우리에서 내어주더니 그 습관은 여전하구나.

하긴 좋은 습관은 오래도록 간직해야 하는 것이니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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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산 정상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돌탑봉. 정면으로 운악산이 바라보이고, 옆으로는 명지~연인산 능선이  늘어서 있다. 이제 길마재까지 급전직하로 떨어졌다가 다시 가파른 암릉을 타고 길마봉에 올라 한 시간 여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노채고개에 도달할 것이다. 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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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조심 하산하는 중에 건너다 본 길마봉의 암릉구간이 보인다. 산길은 저 암릉을 타고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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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13분 - 길마재에 도착! 직진으로 길마봉을 향해 가는 길에는 칡넝쿨이 어지럽게 엉켜 있어서 뚫고 나가기 힘들었다. 최근에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라곤 전혀 없다. 두 개의 표지목을 살펴보니 길마봉까지의 거리가 하나는 0.4km, 다른 하나는 1.3km로 되어 있다. 나무에 달려있는 표지기들도 하산방향으로만 달려 있는 것이 수상하다. 아마도 무성한 잡목을 뚫고 지나기가 뭐해서 아래로 둘러가는 길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우린 무식하게 그냥 앞으로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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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마봉으로 오르는 암릉구간! 사진으로 보기보다는 상당히 가파르고 위험한 길이다. 철난간이 없었다면 꽤 애를 먹었을 것이다. 정상까지 짧은 거리임에도 (약 400m 정도) 오르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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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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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직전의 바위에 올라 건너편의 청계산과 돌탑봉을 마지막으로 건너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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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시 40분 - 길마봉 도착! 드디어 이번 구간의 마지막 봉우리에 올랐다. 정상에서는 정맥 종주 중이던 산꾼 두 명이 앉아 있다가 반겨 준다. 이들도 오늘 우리와 같은 구간을 걷는 중이라고 한다. 날이 너무 더워서 노채고개로 내려가 야영할 예정이라고...  내일 아침부터 다음 구간을  계속 이어 걸을 것이라 하는데 친구 사이인 듯 정다운  두 분의 모습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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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노채고개까지는 큰 어려움 없이 걸어서 도달할 줄 알았다. 그러나 하산 1km 정도를 남겨둔 지점에서 지능선이 갈리는 길을 무심코 지나치는 바람에 그만 청계 저수지 쪽으로 빠지고 말았다. 다시 갈림길로 되돌아 올라가기에는 더위에 지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하산했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다.

저수지에서 차도를 따라 노채고개로 올라가려면 족히 3~40분은 더 걸어야 한다. 일단 계곡에서 땀에 절은 몸을 대충 닦아냈다. 근처 음식점 주인에게 사정을 얘기해서 차를 얻어타고는 청계약수터에 도착했다. 걸어서 40분 걸리는 길을 5분 만에 왔다. 뭐, 차로 도착한 것이 조금 찝찝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이어 걸은 것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18시 10분 - 청계약수터 도착, 산행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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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을 하기 전에 잠시 고민을 했다. 워낙 더운 날이라 반팔, 반바지를 입고 산행하고 싶은데 그 댓가가 이런 상처로 돌아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조금 더 시원한 차림으로 산행을 하느냐, 아니면 안전한 차림으로 산행을 하느냐의 갈림길에서 팔다리에 기스(ㅎ)가 나는 것을 감수하는 쪽으로 택했다. 결국 이 상처는 내가 자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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